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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긍정의 배신 - 긍정주의의 함정 카드 리뷰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부키



---저자 본인의 유방암 투병 경력에서 있었던 과도한 긍정주의라는 일화를 시작으로 해서
화제를 비즈니스로, 쌀국 사회로, 다시 세계적인 영향력으로, 그리고 다시 긍정주의의
등장 배경과 역사와 현재로 옮기는 방식이 상당히 능숙하며, 통계적 근거, 경험담의 제시, 유머와 진지함의 밸런스,
설명 등이 잘 되어 있어서 누구든 맘 편하게 읽을 수 있을 좋은 구성의 책입니다.
히친스나 셔머처럼 짬이 장난이 아닌 듯.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시크릿]같은, 저 같은 F급 지성인(...)에게는
그저 '븅신들 삽질하는' 정도로밖에 비치지 않았던 것의 실체가 타이타닉을 조져버릴
거대한 사회적 조류였다는 것을 지적해 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긍정주의의 '의식 재훈련'이나 '자기 기준의 (하향)조정',
'부정적 상황에 대한 긍정적 재포장', 불만에 대한 강한 비판 등등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그 중에도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왠지 딜버트의 어느 에피소드가 생각나더군요.
"이제 고객들이 직접 상품을 조립하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어요."
"좋아. 얼마 안 있어서 생산부터 배송까지 몽땅 떠넘길 수 있겠군."
...아... 이 에피소드 어디로 갔지... (.....)

시작은 셀프 물, 셀프 반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셀프 계산대, 셀프 주유기가 등장했죠.
직접 해 보세요! (돈 버는 우리가) 겁나게 편리하당께!
그리고 이제 기업들은 어떤 포장질로도 합리화하기 힘들었던 채찍질마저 셀프로 넘길 수 있게 된 겁니다.
"여친이 안 생기십니까? 갖고 싶은 게 손에 안 들어올 정도로 돈이 딸리나요? 직장에서 잘리셨습니까?

그건 니 탓입니다! 너 스스로를 까세요! 상사가 당신을 까는 것보다 편리합니다!
하신 뒤에 뇌내 망상을 하고 있으면 언젠가 그게 이루어지리라는 정신 승리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걸 잊지 마세요."

(......)


---근래로 오면서 특히, 시크릿과 그로 대표되는 정신승리적 긍정주의가 토픽인 '자기계발서'는
이런 샤머니즘적 추세를 자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조금씩들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었죠.

->지금 힘든 건 네 탓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당신 주변에 나쁜 일이 있는 건 당신이 덜 간절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보다 간절하게 원하고 또 원하면 언젠가 그게 덜컥 질소 봉지에 담긴 감자칩처럼 딸려온다! 언젠가.

아 ㅅㅂ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능... (....)


---특히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리며, 모든 부정성을 부인하고 그 안에서 긍정성을 찾아내라는 메시지,
유방암을 축복으로, 해고를 새 직장을 위한 기회로 생각하라는 그 극단적 긍정주의는, 지적받고 보니
정말 노골적인 사회 불만 조작 시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보이지 않는 뭐가 있당께. (.....)

우리는 이미 그런 이야기를 소설에서 봤을 텐데 말입죠.
1984에서 시민 윈스튼 씨는 사회에 대해 불만과 문젯거리를 너무 많이 발견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의식을 (강제로) 개조받고 보니 세상이 너무나 밝고 희망차 보이는 겁니다!
그래요! 자유는 굴종이고, 무지는 힘이요, 전쟁은 평화라는 것이 2+2는 5인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의식을 바꾸고 보니 너무 행복한 겁니다. 여러분. 행복해지세요. 해피 엔딩. 아아. 해피 엔딩...




덧글

  • ReSET 2011/05/09 21:07 # 답글

    제가 이래서 자학주의를 싫어합니다. 뭐든 자기 탓으로 돌리는 인간만큼, 지배자에게 있어 속편한 가축도 없거든요.

    어휴 이 책 한 번 봐야겠네요! 네거티브 만세!!
  • 칼슷 2011/05/09 21:25 #

    재미있는데다 좋은 내용이라니 이만한 책 보기도 드물 듯. 돈 아깝지 않았습니다. ㅋㅋ.

    도서관에서도 예약이 줄을 선 듯 (....)
  • qws2 2011/05/09 22:32 # 답글

    전 자학을 좋아하지만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두세권 읽고 '이런 XX같은 책이 다 있나'하곤 다신 보지 않았죠. 문제가 저 자신땜에 생기는 것도 있긴 하지만(예컨데 무절제한 지름이라던가--), 그렇다고 사회환경이 그러해서 생기는 문제까지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맘은 없거든요. 그래서 며칠전에 공장에서 툴툴 거리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었다는...
  • RRR3 2014/09/19 19:53 # 삭제 답글

    옛날 글이지만 제가 저 책을 읽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에 덧글을 남깁니다. 단지 사회 나가서 똑같이 말하니 별종 취급만 당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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